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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신 다음날엔 왜 우울해질까?
작성자 관리자 날짜 2020-09-02 14:42:49 조회수 738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 우울감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보통 잠 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밤사이 쌓인 피로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로나 수면 부족도 어느 정도 구실은 하겠지만 실제로는 알코올의 분해 물질 자체가 뇌 조직에 작용해 우울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 되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보통 6개월 이상 반복되면 ‘알코올 유발성 우울장애’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미국 등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증인 경우 30~40% 정도가 우울 장애를 앓고 있다고 한다. 일부는 종종 기억 장애, 심하면 알코올성 치매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 사람의 80% 이상이 마시고 있는 술은 인류에게 있어 필요악이라 할 수 있다. 적당한 술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며 긴장도 완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부드러운 인간 관계를 만드는 데 필요하기도 하다. 또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줘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과음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간을 비롯한 몸의 여러 기관을 망가뜨린다. 특히 뇌의 기능에 영향을 준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히드가 뇌 조직을 잘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우울한 감정에 빠져드는 것은,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그만큼 아세트알데히드가 뇌 조직 등 몸에 쌓였기 때문이다. 우울한 감정 역시 뇌 조직이 손상 받는 급성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알코올은 뇌에서 아편과 같은 마약처럼 작동해 뇌의 흥분을 억제하는 반면 암페타민, 코카인 등은 뇌를 흥분시키는 효과를 지닌다. 술을 마시면 뇌 기능의 흥분력이 떨어져 평소와 달리 우울한 쪽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게 된다. 종종 술자리에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술자리 분위기 때문이다. 혼자 있게 되거나 다음날 아침이면 우울한 마음이 들게 된다. 이런 행동들이 반복적으로 보통 6개월 이상 일어나면 알코올 유발성 우울증에 빠질 수 있게 된다.


술을 마셔도 전혀 이런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는 사람마다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량의 차이, 즉 알코올 분해 능력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좋으면 술 마신 뒤 자는 동안 알코올 분해가 끝나 아침이면 말짱할 수 있다. 반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간 질환을 비롯해 다른 질환도 잘 걸리며 알코올 유발성 우울증도 잘 온다.


알코올과 우울증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도 있다. 우울증 환자 가족 중에 알코올 의존 및 남용이 많은 것으로 보아 두 질환이 유전적으로 관련 있다는 설명이다. 아침에 해장술을 찾게 되는 이유도 이런 우울한 마음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알코올의 분해 산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우울한 마음이 들자 술을 다시 마셔 이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몸 속의 알코올 농도가 일정 정도 밑으로 떨어지면서 분해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알코올보다 더 큰 작용을 하게 되어, 다시 술을 마셔 이를 진정시키는 것을 반복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관성이 반복되면 알코올 남용이나 의존에 빠지게 된다.


알코올로 인한 우울한 감정을 막으려면 술을 적당량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쩔 수 없이 많이 마셨을 경우에는 되도록 꿀물이나 이온 음료와 같은 물과 탄수화물류를 함께 먹으면 좋다. 아침 해장술보다는 아침 식사를 제때 해 주는 것이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된 수분과 포도당은 뇌 조직에 많이 쌓여 있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술을 많이 마셨으면 적어도 2~3일의 간격을 둬, 간을 비롯한 몸의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올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도 무엇보다 필요하다. 알코올에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도움말 = 주연호· 김헌수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 김선욱 을지의대 을지병원 정신과 교수